2020년 2월 9일 깃헙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Missing Semester
컴퓨터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들을 학습하는 강좌이다.
정규 학기의 수업이 아니라 특강 형식으로 열리는 수업이라 Missing Semester 이라 불리운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과학 분야의 공부를 시작할 때 어려워하는 텍스트 기반 툴들을 다뤄준다.
왜 텍스트 기반 도구인가?
이제 막 컴퓨터를 학습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에 너무 익숙해
커맨드라인 인터페이스(CLI)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하지만 GUI의 기능은 매우 한정적이다.
어떤 동작을 취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버튼이 있어야 하는데 모든 기능에 상응하는 버튼을
만드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다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많은 버튼들을 익히고 사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든다. 반면 CLI는 물론 익히는 데 드는 시간적 비용이 마찬가지로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매개변수들을 조합해 편리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들어 현재 폴더의
파일 정보들을 세부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경우 ls -l
과 같은 커맨드로 파일의 권한, 생성 시간,
파일 형식, 파일 사이즈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사실 당연한건 이 세상에 없다. 현재의 상태는 과거의 노력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들이고, 마찬가지로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한국 대학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너무나 많은 "당연함"
을 요구하고, 가르쳐주지 않은 것(상식적인 수준 이상의 것)들을 알기를 바라며 알지 못했을 때
학생의 "노오력"과 "관심"과 "열정"이 부족함을 한탄한다. Missing Semester 의 수업은 "당연함"으로
포장된 편안함을 뿌리치고 손수 나서서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도구 다루는 법에 대해 전수해준다.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매우 부러운 일이다.
누군가의 자원으로 인해 시작했을 것이다.
2020년에야 MIT에서 이런 강좌가 열렸다는 것은 아마 MIT에서도 CLI를 불편해하고 꺼려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 추측해본다. 이는 시대가 지남에 따라 너무 당연한 결과이다. 95년생인 나는
GUI 뿐만 아니라 CLI도 어느정도 다루고 읽을 줄 알아야했다. 하지만 4-5살 차이 나는 동생들이 그렇게
편한 git bash 를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꼈다.
MIT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자각을 했을 것이고, 이에 맞는 수업을 편성하자고 누군가 제안을 했을것이다.
사실 이런 "당연히 아는 것 아닌가?"의 편안함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모르는 사람을 탓하면 그만일 것을
손수 나서서 "Missing Semester"이라는 이름 하에 강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찬사를 보낸다.
자발적인 교육이 사교육을 줄인다.
누군가가 "이정도는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갈게요" 라고 말하고 계속해서 강의를 이어나간다면
보통의 학생들은 아예 그 이상의 지식을 습득하길 포기하거나, 따로 사비를 지출해 지식을 습득하려 한다.
물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배우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사교육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6-7만원 짜리
컴퓨터 강좌 하나 구하기 뭐 그리 어렵겠나.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나의 모자른 지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나도 나름 자기주도적인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누군가 가르쳐준다는데 그걸 듣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너무너무 고마울 것이고, Missing Semester Youtube 의 댓글만 보아도 이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발적으로 누군가가 모두가 생각하는 "당연함"에 의문을 품고 나서서
가르친다는 것은 강의 내용중 습득하는 지식도 좋지만 타인에게 이러한 자발적인 태도에 대한 모범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도 졸업-취업-연애-결혼 이라는 급하게 이루어진 "정상적인 사회인"(비꼬는 말이다)이
되기를 바라는 풍조보다, 여유를 갖고 낙오자가 생기지 않는 문화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End
bundle exec jekyll serve
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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